[영화] 과속스캔들 : 천만 덕후의 가슴에 불을 지르마.

올해 계획은 아직 다 만들지 못했으나,
(계획의 중요성에 대해 더 깊이 느껴갈수록 계획 짜는 시간이 늘어난다..^_^;)
잠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원칙 중 몇 가지로는,

1) 정리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은 경험은 하룻밤 꿈과 같다.
   (무의식에는 영향을 주겠으나, 의식적 삶에는 별 영향력이 없다)
2) 문화생활은 개인적 삶의 풍요함 뿐만 아니라,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_-;
   (작년 1년동안 어부인께서의 불평은, '연애전에는 맨날 공연/영화 티켓으로 순진한 후배 꼬셔 내더니
    왜 결혼하고 난 다음에는 영화 한편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렵소!'였으니..)

고로, 일단 한달에 한 번 이상의 극장 나들이를 하고,
분기당 한번 이상의 공연(Conecert, 뮤지컬, etc.)을 관람하며,
관람결과는 따로 Ticket Book을 사서 정리하기로 자체 실행방안을 세우게 되었다.
(극장 나들이는 영화감상과는 다르다. 영화감상과는..
이 둘을 혼동하면 또다시 가정의 평화가 흔들린다.
홈씨어터 매니아 출신인 나는 이것을 깨닫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런 정책하에 올해 첫번째 극장 나들이는 바로 최근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과속스캔들'이었다.
비록, 날씨는 모옵시 추웠고, 아침에 운동을 심하게 했고, 하루 종일 미용실에 갇혀 있느라 점심도 못 먹어서
 무척 피곤했으나, 올해 나의 Major Role 중 하나인 '남편/가장'의 주요 KPI를 초장부터 skip할 수 없어 길을 나섰다.



나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모 동호회에 후배가 포스팅을 하며,
음악에 관한 하루키의 에세이를 인용한 적이 있다.

물론, 하루키가 리히터의 공연을 봤을 때 만큼의 감동이 있었다고 하면 과장이겠으나, 

(나 역시 리히터 옹께서 내한했을 때 독주회를 간 적이 있는데, 나의 결론은..

1) 왠만하면 독주회엔 가지 말자. 
    이런 세계적 거장의 공연도 별 감흥이 없을 정도로 내공이 딸린다
2) 거 할아버지 성격 굉장히 까다로우시군...정도 였으니..

최근 그만큼이나 성격 까다로우신 다른 할아버님과 친구라는 사실을 알고 난 다음,
역시 예술의 거장들은 성격이 까다로울 뿐 교우 관계의 눈이 높진 않구나...하는 인상이 추가 되었다)

정말이지, 그 날 하루의, 아니 이번 주의 모든 피로가 사라지고, 온 몸의 혈관내로 신선한 피가 공급되듯
극장을 나설 때는 완전히 생생한 눈빛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충전'되었다.
(저녁 8시 40분 상영이었다)



물론, 영화의 중심엔 이 '박보영'이라는 빛나는 젊은 재능이 있다.

이런 느낌은 참으로 오래간만인 것이,
아마도 '장화-홍련'의 리뷰를 하면서 문근영의 커멘터리를 들으며 느꼈던 전율 이후 처음일 것이다.

'이 아이는 天稟이 배우구나.'

'장화-홍련' 시절의 문근영은 아직 '국민 여동생'으로서의 포텐셜이 폭발하기 전,
귀여운 아역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이야기 될 때 였다.

시간이 좀 오래되어 기억이 정확한지에 대해선 확신이 없지만,
커맨터리 속에서 그냥 친한 언니, 자상한 감독 아저씨(?)랑 촬영 당시 이야기를 재밋게 잡담하면서 놀던 문근영은
어느 장면(아마도, 극중의 자신이 죽는 장면이었던가)에서 갑자기 엉엉 울어버린다.

그 순간 나는 문근영이, 주변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흡수하는 스폰지와도 같은 감성과,
그걸 또 그것을 자기 안에 담아두었다가 꺼낼 줄 아는 표현력을 천부적으로 부여받은,
정말 축복받은 배우의 자질을 타고 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때 커멘터리를 들으면서, 임수정과 문근영 모두 앞으로 대성하리라 예상했지만,
 임수정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수재형, 문근영은 천부적인 자질이 넘치는 천재형이라고 구분했었다)

아마, 나이는 비슷한 문근영과 박보영이지만,
박보영에게 만약 '제 2의 문근영'이라는 칭호를 부여한다면,
동일한 성격의 재능형이라는 점에서 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배우와 연예인을 구분하자면,
훌룡한 배우는 하얀 도화지와 같아야 하고, 뛰어난 연예인은 고운 빛깔의 색지와 같아야 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훌룡한 배우는 감독이 작품의 의도에 맞게 색칠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제공한다.
아니, 감독이 그 위에 자신의 맘대로 색칠을 하고픈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연예인들은 이미 자신의 색을 가지고 있기에, 필요한 곳에 적절히 쓰이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하얀 도화지와 색지를 구분하게 되는 요소는 '외모=미모'가 될 경우가 많고,
꽤 많은 것을 설명해 주는 유용한 기준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김태희나 전지현은 (그리고, 고소영은..등등) 배우가 되지 못한,
아니면, 배우가 되기를 거부하는 연예인들이다.
가끔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준비된 그림 속의 일부로 들어가 마치 '배우'가 된 듯한 느낌을 줄 때도 있으나,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것은 잠깐의 착시 현상일 뿐, 본질을 나타내 주지 못한다.
(가끔, 연예인에서 배우로 성공적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 본인의 '빛나는' 외모를 포기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대표적으로 '야수'에서의 권상우나, '몬스터'에서의 샤롤리즈 테론 같은 경우다)

'과속 스캔들'에서의 박보영과 황우슬혜의 비교 또한 비슷한 기준에서 가능하다.
길 가다가 두 여인을 차례로 마주쳤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물론, 이유는 다르겠지만) 황우슬혜에게 더 시선이 오래 머무리라.
그러나, 영화속에서의 둘의 모습과 매력은 어떠한가?

황우슬혜의 뽀샤시 등장신은 분명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으나,
박보영이 처음 기타를 잡고 노래하던 장면의 감동과 비교하면 어떠한가?



박보영의 일상적인 혹은 현실적인 외모는 그녀의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비범한 재능에 비현실적인 외모의 조합은 사람들에게 '동경' 혹은 '선망'이라는 감정을 심어 줄 순 있으나,
'공감'과 '감동'이라는 감정을 전달하긴 힘들다.
 
비범은, 비일상성은, 평범과 일상의 벽 아래에 꿈틀대고 있다가,
어느 순간 그것의 균열을 깨고 나와 폭발할 때 빛을 발한다.

이것이 바로, 박보영, 아니 황제인이 기타를 들고 앉는 순간 남현수를 사로 잡았던 그녀의 매력이며,
'이제 대세는 박보영'을 외치는 전국 수만 '덕후'들의 외침을 이끌어 낸 그녀의 카리스마다.



아마 박보영의 '과속 스캔들'을 문근영의 '어린 신부'와 비교한다면,
'과속 스캔들'의 감독 및 스텦, 연기자 모두에게 실례가 되겠으나,
한 어린 배우의 포텐셜을 폭발 시키며, 대중과 사회에게 그 존재감을 각인시킨 계기라는 점에서는
동일 선상에서 이야기 될 수 있겠다.

'과속 스캔들'도, 비록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코메디라는 점에 대해서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종종 보기 불편한 장면과 이음새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박보영의 포텐셜을 폭발시키기 위한 장치로 해석한다면, 용서 못 할 것이 없다.




그렇다.
이제 대세는 박보영이다.
영화계에서는.

(물론, 가요계와 예능계는 소녀시대라능..)

암튼, 올해 처음 본 영화관 나들이는 성공.




p. s : 영화에, 박보영에 완전 feel 받은 addict.군.
어부인께 오늘 밤 이대로 들어갈 순 없다..예술혼을 불태워야 한다며, 노래방 갈 것을 제의하는데..

"오빠 용돈에서 노래방비를 낸다면 같이 가줄께~"

.....나의 예술혼은 15,000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그라 들었다.
용돈 받을 날은 너무 많이 남았을 뿐이고...이미 잔고는 한자리수로 들어섰을 뿐이고..

by yooaddict | 2009/01/11 18:10 | [Lifelog] 감상 | 트랙백(1) | 덧글(18)

트랙백 주소 : http://yooaddict.egloos.com/tb/225231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임시 개장 at 2009/01/11 19:17

제목 : 과속 스캔들 -과속하지 마세요, 속단은 금물-
- 기본 -영화가 입소문을 제대로 타고 있는 상황이니 이제 와선 별 의미 없는 얘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과속 스캔들'은 직접 감상하기 이전에 감지될 법한 이미지로 따지자면,일반 관객층보다 영화팬들이 기피할 법한 영화였습니다.뻔해보이는 소재와 제목에선 왠지, 욕설과 저질 개그로 점철된,이를테면 조폭 코메디류로 대표될 법한 한국형 코메디일 것 같은 느낌이 났죠.그리고 이런 류의 영화들이 명절 시즌을 중심으로 상당수 흥행에 성공한 것에 비해,영화......more

Commented by 충격 at 2009/01/11 18:15
보영양에 비해 얼마나 존재가 껌 같았으면 이름까지 틀리시다니!!! 게다가 두 글자나!!! ...황보슬예가 아니고 황우슬혜라고 합니다. o<-<
(뭐 저도 별로 관심은 없지만;)
Commented by yooaddict at 2009/01/11 18:27
충격님 / 푸하..예전부터 사람이름, 고유명사 틀리기로 유명해서 그런가 보다..해야죠. 쿨럭.
언능 고쳤습니다..OTL
Commented by CelloFan at 2009/01/11 18:51
addict. 님 블로그에 처음 와보네요. RSS 등록해두었으니,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Commented by 로오나 at 2009/01/11 19:16
결론은 박보영은 소중합니다. 시대는 박보영을 원하고 있습죠. 아무렴요.(...)
Commented by 리플리 at 2009/01/11 20:27
가끔씩 오늘처럼 퍼날러~ -_-;
Commented by yooaddict at 2009/01/11 21:44
Cellofan님 / 저도 등록했습니다. 첼로팬님의 고품격 블로그에 비하면 왠지 제 블로그는 '라디오스타'같은 느낌이..OTL
로오나님 / 반갑습니다. 지당하신 말씀입죠. ^_^ 시대정신 박보영!
리플리님 / 올해 개인적 KPI 중에 하나로 꾸준한 블로깅을 지향하고 있으니..^_^; 기대하셔도 좋아용~
Commented by 지네 at 2009/01/11 23:08
시대정신 박보영이라는 표어에 백만표 던지겠습니다.
Commented by yooaddict at 2009/01/13 10:52
이글루스에서 리플 받아본지가 오래 되어..^_^; 답글 시스템도 있군요!
지네님 반갑습니다. 저 역시 제가 줄 수 있는 표는 다 주고 싶더군요..^_^
Commented by m_c_ at 2009/01/11 23:09
우앙 이거 저도 보고싶어요 ㅜ ㅜ
Commented by yooaddict at 2009/01/13 10:53
못 보시는 이유라도..^_^; 극장에서 못 보시더라도..DVD로 꼭 감상하시길..
(혼자 보는게 더 좋을지도? 쿨럭)
Commented by shameplay at 2009/01/11 23:34
시대정신 박보영ㅋㅋ 좀 과하게 표현한다면 영화보고 남은건 박보영뿐..ㅋ
Commented by yooaddict at 2009/01/13 10:54
뭐 차태현도 나쁘지 않았고, 아들?손자?의 연기도 박장대소했으나..정말 기억에 남는건...^_^;
반갑습니다. shameplay님.
Commented by TokaNG at 2009/01/12 15:50
역시 승리의 박보영!!!
Commented by yooaddict at 2009/01/13 10:55
역시 대세는 박보영!!! +_+
Commented by 쉐아르 at 2009/01/14 15:32
'시대정신 박보영' 입에 착 붙네요 ^^ 과속스캔들 + 차태현에 관심끄고 살다가 addict님 덕에 이 영화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Commented by yooaddict at 2009/01/16 10:26
쉐아르님, 방문해주셔서 영광입니다. ^_^
아마 다른 경로(?)를 통해서 보셔야 하실 텐데..제가 극장에서 받은 감동(?)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_^
Commented by inuit at 2009/01/22 23:24
쉐아르님이 댓글에서 찾아낸 yooaddict님의 명언, '시대정신'이란 말이 뇌리에 딱 박히는군요. ^^
정말 한 배우의 캐릭터가 영화의 생기를 좌우하는 케이스를 본듯 합니다.
Commented by yooaddict at 2009/01/23 09:19
inuit님도 영화 즐겁게 보셨다니, 제가 보영양을 대신해서 감사드릴께요...(응? 왜? 쿨럭)

'시대정신'은 좀 덕후심에 의해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요새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들, 원더걸스의 '소희', 소녀시대의 '티파니', 카라의 '한승연'등을 고려해 보면
예전과는 다른 시대 트렌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inuit님이 아실만한 이름들인지는 모르겠지만요..^_^;)
관련해서 언젠가는 한번 포스팅으로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_^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