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회사무림 절대비급

0. 이 글은 inuit님의 '책 시사회 이벤트'의 일환으로 쓰는 포스팅이다. 다만, Inuit님이 원하신 것은 책에 대한 '리뷰'였는데, 앞으로 이어지는 글은 리뷰와는 상관 없는 글이 될 것 같다.(죄송합니다. OTL)  한동안 돈 받고 리뷰를 써주는 생활도 했었고, 또 그 경력으로 현재 회사에 입사한 처지이기에 리뷰란 어떠해야 되는지 잘 아는 입장이지만, 그냥 이 포스팅에는 addict.군의 지금 머리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기로 했다. 정제된 리뷰는 다른 분들이 잘 써주리라 믿으며. ^_^; 먼저 이 포스팅을 쓰는 사람의 소개가 필요해 보인다. 이 글은 무척이나 주관적인 글이 될 것이므로. 

0-1. addict.군 = 30대 중반, 대기업 & 제조회사 회사원, 소속은 전략기획이나 전략기획과 Business operation을 동시에 하고 있는 조직에 속해 있음. 나이는 회사내 중견(?)급이나, 직급은 주니어급. 그러나 최근 업무량과 책임이 늘어 직급에 안 맡는 일을 과도하게 수행중. 사회진출이전에는 프리랜서(라고 쓰고 백수라고 읽는다) writer였음. 주분야는 Audio & Visual, Content. 무협작가 지망생으로서 준비만 하다 늦은 사회진출로 힘겹게 회사 생활 적응 중. 

0-2. 요새 참 일을 많이 한다. 9시 출근 후, 새벽 2~3시 퇴근은 다반사. 출장 가서도 일과시간엔 출장지 업무에 매달리지만, 호텔 방으로 들어오면, 한참이나 쌓여있는 e-mail을 처리하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료들과 전화로 밤을 새우기 일쑤다. 

0-3.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자. 일단 떠오르는 것은 e-mail 답장 쓰기. 하루에도 꽤 많은 메일이 오는데, 그 중에서 내가 답해줘야 할 메일들도 상당하다. 대부분은 나는 아는데 상대방은 모르는 것들에 대한 질문이다. 내가 아는 사실들을 사람들에게 유통시키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그 다음으로는 각종 보고자료 작성. 의사결정권자들에게 현재 이슈를 정리해서 말씀드리고 지원 혹은 의사결정을 요청하는 일을 위해서 우리 회사에선 주로 PPT작성이 주를 이룬다. 각종 회의, 전화통화 및 Conference Call도 빠질 수 없다. 회의의 종류는 각양각색이지만, 크게는 전략을 짜기 위해서 관계자들끼리 아이디어를 모으거나, 유관부서끼리 모여 이슈를 공유하고 향후 진행방향을 결정하는 회의가 주류이다. 전화통화나 Conference Call은 해외 비지니스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때로는 현지에 직접 가야하는 출장 비중도 크다. 

0-4. e-mail, PPT작성, 회의, 전화통화, Conference Call, 출장. 이런 일련의 행위들을 내부 관계자 혹은 외부 파트너와 하는 것이 요새 나의 회사 생활이다. 그런데, 가만. 이 모든 행위들은 다 한 가지 속성을 공유하고 있다.

0-5. 최근 조직개편으로 인해 그룹원의 수가 확 줄었다. 빨리 사람을 충원하기 위해 각지에서 인재를 구하고 있다. 우리끼리는 정신없이 일하고 있지만, 새로 사람을 뽑기 위해선 job requirement가 필요했다. 그룹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우리 지금 1년 가까이 이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데려오면 좋을까요? 답은 다양했다. Business Development를 잘해야죠. Analytic skill이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Project Management 능력을 빼놓으면 안되겠죠. 일단 성격은 좋고 봐야지. Local Insight가 있어야 일하기 편하지 않을까? 각자 관점에 따라 바라는 바는 제각각이었지만, 모두에게 공통된 의견은 하나였다.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이어야죠.'

0-6. B과장님에게 한 사람 추천이 들어왔다. 우리회사보다 훨씬 좋은(=들어가기 어려운 대신 월급 많이 받고 일은 적게 하면서 직장의 안정성도 높은) 직장을 다니며,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보유한 재원이라고 했다. 직접 만나보니 상당한 미인으로 미인을 좋아하는 우리 B과장님께선 꽤나 마음에 드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대화가 끝날 즈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셨다고 한다. 

'일하다 보면, 40~50명 앞에서 회의진행 내지는 프리젠테이션 할 일도 꽤 있고, e-mail도 한 200명씩에게 써야 하고 그러는데 그런 일엔 익숙하신가요?'

B과장님은 돌아오셔서 그룹장님께 이렇게 보고 드렸다. 

'다른 조건은 나무랄데 없이 참 좋았는데, 우리 회사식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선 상당히 자신없어 했습니다. 추천하기 어렵겠습니다.'

0-7. 대기업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난이도는 겪어 보지 않고선 실감하기가 좀 어렵다. 지금 내가 상대해야 하는 조직은 직군만 따져봐도 R&D, 디자인, 상품기획, 마케팅, 해외 법인 등이다. 한 depth만 더 들어가보자. R&D내에서도 성격이 다른 2가지 조직이 있다. 사업부 R&D와 CTO R&D는 인적 구성, 일하는 방식, 이해관계가 다르다. 여기에 제품을 다루는 쪽과 소프트웨어를 다르는 조직이 각각 다르다. 상품기획도 시장을 다루는 조직과 플랫폼을 다루는 조직이 다르고, 마케팅은 전략 및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곳과 실제 판매를 담당하는 조직이 각각이다. 해외 법인내에는 R&D, 상품기획, 마케팅이 다 들어가 있다. 이것은 하나의 사업부의 경우이고, 본부 Staff의 입장에서는 여기서 *2를 해줘야 한다. 

0-8. 이렇게 되면. 기획자의 능력은 각종 기획서적에 등장하는 creative한 idea generation과는 상관이 없어 진다. 전혀 다른 이해관계 및 일하는 방식과 세계관을 가진 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일한 한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고, 모두 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만 만들 수 있어도, 그 혹은 그녀는 엄청나게 일 잘하는 기획자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렇게 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0-9. 대기업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addict.군은 스스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자신이 있었다. 일단 글을 쓰는데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과는 격이 다른 수련을 해왔다고 자부했으며, 많은사람들에게 공인된 달변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글로써 독자들을 울고 웃기던 실력과 항상 어떤 모임에서든 좌중을 휘어 잡는 입담이라면 회사 생활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0-10. 물론 이것이 큰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Business Communication은 일반 Communication과는 달랐다. 무엇이 그렇게 달랐을까?

1. 회사를 다니면서 이전에 생각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3가지가 있다. 

1) 컨설팅 혹은 컨설턴트들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졌다. (물론, 여전히 존중하기는 한다)
2) 경영학 교수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졌다. (물론, 여전히 존중하기는 한다)
3) 회사 임원들에 대한 경외감이 생겼다. 

3가지 모두를 관통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비지니스 및 의사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평가 하락'.

물론 여전히 1)/2)에 속하는 사람들이 쓰는 책을 즐겨 읽고 있다. 하지만,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보다는 회사 회식에서 임원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더욱 머리와 가슴에 와 닿는다. 그들이 겪어 왔던 수많은 간난신고들, 그 속에서 어렵게 이뤄낸 성과들, 그런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한마디의 경구가 유명한 경영 서적들보다 나에게는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1-1. 그러나, 회사 다니면서 그런 기회는 쉽게 찾아 오지 않는다. 특히나 주니어 시절에는. 무엇보다 회사 임원들은 무척이나 바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니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자리 마련이 어렵다. 회사들어와서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문구 중에 하나가 '기업내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바로 의사결정권자의 시간과 주의력'이란 말이다. 결국 주니어들이 엄청나게 시간을 쏟아 가며 만드는 보고자료들은, 바로 이 희소한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사용된다. 회사임원들의 머리와 몸속에는 엄청난 양의 경험과 지혜가 녹아들어 있지만, 그것이 회사의 주니어들에게 전해질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어쩌다 회식자리에서 던져진 화두 하나를 붙들고 고민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 

1-2. Blog sphere에서 처음 Inuit님을 알게 된 이후, Inuit님에게 가장 신기했던 점은 바로 그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의지'였다. 회사 규모에 상관없이, 시간이 가장 중요한 자원일 CSO가,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현재 한국 블로그 스피어에서 파워 블로거에게 주어지는 가장 커다란 보상은 'reputation'일진대, Inuit님은 그것이 전혀 필요 없어 보인다) 불특정 다수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이 정도의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는 자체가 신기했다. 

1-3. 그 다음 놀란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질'이었다. Inuit님이 포스팅에 담아내는 컨텐트 하나하나는 이제 막 힘겹게 회사 생활을 시작한 addict.군에겐 금과옥조와도 같은 내용들이었다. 회식에서 못 먹는 술과 담배연기에 고생하면서 한마디라도 듣고 싶었던 이야기들, 의사결정자로서 또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insight를 컴퓨터 모니터로 언제나 편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경의'에 가까웠다. 

1-4. 심지어 '비지니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책까지 쓰시겠다고 한다.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무리한 일정에도 부탁 드려본다. 갑작스럽게 잡힌 출장이 2건이나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첫번째 출장 마치고 집에 들렀을 때 도착해 있던 가제본책을 챙겨서 다음 출장을 갈 수 있었다. 출장에서의 업무도 결국 다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일이었다. 틀어져 있는 현지 법인 관계자들, 꼬여 있는 외부 파트너들. 피곤한 와중에 비행기안에서 프린트된 책을 펼쳤을 때의 심정은 참으로 절박했다. 어떻게 하면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최적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

1-5. 사람마다 회사를, 또 회사생활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것이다. 무협작가 지망생인 탓인지, addict.군의 눈에 비친 회사는 말 그대로 현존하는 '무림'이었다. 각 조직의 흥망성쇠가 있으며, 위로 올라가기 위한 각종 음모가 난무하고, 그러는 와중에도 각자의 '협'와 '의'를 위해 갈등하는 곳. 소설속의 무림과 다른 점이 있다면 현실의 회사에는 '절대 무공'이 없다는 것과 직접적인 폭력을 '커뮤니케이션'이 대신한다는 점이다. 의사결정권자앞에서의 보고는 한바탕의 격전지요, 여기서는 PPT한 장이 검술 한 초식이 되고, 토론에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공격과 수비를 대신한다. 여기서 이기는 조직이 조금 더 나은 commitment와 자원을 차지하고 패배한 조직은 울분을  삼키며 다음 기회를 다짐한다. 무림에서의 무공의 역할처럼, 현실의 회사에선 커뮤니케이션 skill이 본인의 생존과 조직의 번영을 책임진다. 

1-6.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이하 Yes)의 책장을 덮고 난 다음 감상은 굉장히 simple했다.

'회사 무림에서의 생존을 보장할 절대비급 중 한 권이구나.'

1-7. 무림에서의 비급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무공 심결
2) 초식 도해
3) 실용 법문

심결에서는 해당 무공의 원리와 내공의 운용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을 수련하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 몸을 사용해야 하는지 가르친다. 마지막으로 실전에 있어서의 다양한 응용에 대해 이야기 해 준다. 이렇게 한 set를 이루어야 하나의 쓸만한 무공비급이 탄생한다. 많은 무협소설의 설정중에 2)/3)은 있으나 1)이 없어 잔재주만 가지고 비무를 하며 일정 수준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주인공, 또는 1), 2)만 있고 3)은 없어 꾸준히 수련하여 잠재력은 상당하나 실전에서는 맥없이 쓰러지는 주인공과 같은 설정이 자주 나온다. 

1-8. 현실에서의 경영서적들도 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말 멋진 프레임웍과 참신한 개념으로 무장하였으나, 막상 실전에서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는 책들. 다른 한편으론 정말 디테일하고 자잘한 tip들이 많이 담겨 있으나, tip만으로 그치고 있어 읽고 나면 허무해지는 책들. 

1-9. 'Yes'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구뇌의 구성 원리 : 2~3장
2) WHISP 접근 방식 : 4~8장
3) 실제 상황(주장, 설득, 대화, 협상)에서의 응용 : 9~12장

정확하게 무공비급과 일치된 구성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인간 신/구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두고 구뇌의 원리에 대해 정리하고 (=내공 심결), 커뮤니케이션 process를 구성하는 WHISP 프레임웍에 대한 guideline을 제시하며 (=초식 수련), 마지막으로 실제 현실에서 부닫치게 되는 상황에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quick solution을 준다. (= 실용 법문)

실용법문을 통해 현실에서의 즉각적인 대처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서도, 기본 원리와 연결되어 있기에 스스로의 궁리끝에 원리를 깨우친다면 자신만의 응용도 가능하다. 평소의 수련은 WHISP의 프레임웍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하면 된다. 

1-10. 아. 회사 들어오기 전에 이 책을 읽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모든 책들이 그렇겠지만, 이 책은 특히 본인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만큼 눈에 들어오는 책이다. 다시 말해 평소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 눈에 보기엔 다른 평범한 책들과 크게 차이가 안 날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게 뭐야!'라고 속으로 외쳐보지 않은 사람에겐 진가가 들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또 '비급'이라고 불릴 수 있다. 무도에 대한 갈증이 없는 농부에겐 그저 요상한 말과 그림이 있는 책에 불과한게 비급이다. 

1-10. 비급의 성격 때문에 이 책은 항상 옆에 둬야 하는 책이다. 예전 3류 무협소설에서야 몇 년동안 심산유곡에서 비급만 파서 대오각성하면 강호를 주유했지만, 요샌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은 외면당한다. 비급이 비급인 까닭은 한번에 다 요체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Inuit님과 편집자분들은 최대한 쉽고 빠르게 Inuit님의 깨달음을 전달하려 노력하셨지만, 원리와 수련, 현실에서의 응용을 한 큐에 습득하긴 불가능 하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보의 전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Inuit님만큼의 Communication의 고수가 되는 것이라 믿는다. 고수가 되기 위해선 절차탁마가 필요하고, 이 책은 그런 수련 내내 함께 할 가이드다. 실전에 닥치기 전에 참고하고, 실전을 치룬 후 회고할 때 다시 보며 참고할 만한 책이다.

1-11. 비급이 다 이해안된다. 일단 이해 한 것만 가지고 실전에서 써먹는다. 실전에서 쓰면 쓸 수록 비급에 대한 이해가 늘어난다. 다시 비급을 읽으면 예전에 이해 못 했던 부분들이 속속들이 이해가 간다. 그래도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 그러다 필생의 적을 만난다. 그와의 대적은 죽을 만큼 힘들다. 이제 거의 포기해야 할 상황. 마음을 비우고 죽음을 받아 들인다. 그러다가 떠오르는 비급속의 한 구절. 지금과 같은 절체절명의 상황이 되어서만 알 수 있는 깨달음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레벨업을 한 주인공은 그 적을 물리칠 수 있게 된다. 무협 소설속의 흔한 설정 중 하나다. 그러나, 과연 소설속의 이야기만이 이럴까?

2. 이 글을 쓰면서, Inuit님에게 궁금했던 점 몇 가지에 대해 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1. 아마, Inuit님이 이 책을 통해 얻게 될 가장 큰 보상은, 몇 푼 안 될 인세가 아닌 (물론 대박 나길 기원합니다. ^_^) addict.군같은 주니어들이 이 책을 통해 레벨업을 했다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 소중한 깨달음의 공유에 대한 댓가는 단순히 책방에 책값을 치루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간 'Inuit님 책 덕분에 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라는 수줍은(?) 댓글을 Inuit님 블로그에 달 수 있는 그 날, 다 치루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2-2. 남들보다 먼저 소중한 비급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_^ 꼭 정당한 댓가를 치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상으로, 미리 경험한 'Yes' 감상기를 마치겠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으면 깔끔하게 정제된 진짜 '리뷰'를 쓸 수 있었을 텐데, 책에 나와 있는 인용구처럼 '시간이 없어 길게 씁니다'. OTL




by addict | 2009/09/21 03:09 | [Biz] Book Review | 트랙백(2) | 덧글(2)

Global Business Man

금요일 빡세게 일하고, 오후에 중국으로 넘어가서 저녁에 법인 미팅. 
새벽3시까지 회식 후, 주말내내 먼저 나가 있는 태스크팀과 업무 협의.
월요일 오전에 인터뷰 마치고, 오후 비행기로 귀국. 
귀국후 바로 회사로 복귀해서 새벽 5시까지 밀린 업무. 
집에 들어와서 출장 가방속에 옷만 바꾸고 다시 출근.
출근해서 한국쪽 파트너 미팅 급하게 몇 건 하고 호주가기 위해 다시 인천행.
밤 비행기로 비행기 내에서 겨우 눈 좀 붙이고, 도착하니 새벽 6시반. 
미팅 장소 근처와서 아침 먹으며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면도. 
9시부터 점심을 working lunch로 때우면서 진행했음에도 workshop에서 해결하기로 한 이슈 중 절반 밖에 못함.
어쩔 수 없이 호주 일정 하루 연장 결정. 
저녁은 출장팀끼리 회식하고 10시에 호텔 복귀. 
하루종일 밀린 메일 회신하며, 한국에서 요청온 각종 보고 자료 작성. 
오늘까지 중남미로 보내야 하는 계약서. 
다행히 오늘 법무 검토가 끝났네..하며 시스템 접속하는 순간. 

아뿔싸. 법무 시스템은 원격으로는 안 열리고 회사에서만 열리는 구나. 
법인까지는 차로 한시간 넘고(차도 없고)
현재 시각 새벽 1시 반. 한국도 자정이 넘었으니 아무도 사무실에 없다. 
최후의 희망이었던 야근귀신 J과장도 방금 전철에 몸을 실었다고..

메신저를 여니, 로그인이 되어 있는 사람들은 다 해외에 있는 사람들.
급히 뉴저지에 나와 있는 주재원 선배에게 SOS를 청해 겨우 리뷰파일을 입수. 
자 이제 정리해서 중남미에 보내기만 하면 된다. 

갑자기 처음 이 회사 들어가야 하나 마나 (박봉과 엄청난 업무량 증가를 앞에 두고)를 고민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어릴 때 부터 나를 지켜봐오신 선생님의 한마디가 여기로 이끌었다. 

'addict. 앞으로 10년동안 딱 하나만 생각해라. Global Business Man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최소한 흉내는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출세간에 나온지는 4년, 이 회사에 들어온지는 3년째인데...
7년후에 내 모습은 어떨까나?

by addict | 2009/09/17 00:46 | [Lifelog] 경험 | 트랙백 | 덧글(2)

근황 Talk at 8.30

마지막 포스팅을 보니, 무려 2달전. 
아무리 월간 블로거이기도 하며, 찾는 이 별로 없는 촌구석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했다싶어 올리는 초잡담 포스팅.
물론 글을 아예 안 쓴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비밀글이기에..OTL

1. 일 폭주

- 조직에 변동이 생겨 사람이 1/3로 줄었다. 
- 여기에 신임 그룹장님의 배려(?)로 addict.군에게 일이 다 몰렸다
- 지역으로 보면 4배, account수로 보면...흠 뭐 이루 말할 수 없이 일이 많아졌다
- 플러스, 그룹 총무(?)로서의 역할 + 기존에 하던 일 + 최근엔 구인과정에도 관여하고 있으니..
- 아침에 출근하면, 차례로 A지역 챙기고, B지역 알아보다, 자질구레한 행정 및 커뮤니케이션 하다 보면 벌써 저녁
  저녁식사는 주로 구인 관련해서 사람 만나고, 다시 사무실 들어오면 이제 지구 반대편 얘들 출근할 시간이라 
  본격적으로 전화질 시작..이렇게 해서 하루가 보통 2시쯤 끝난다. 
- 주중을 이렇게 보내고 나면, 주말엔 그동안 밀어뒀던 한국쪽 신경써야 하고..
- 공교롭게도 새로 받은 지역들이 대부분 현지법인의 반응이 무척이나 까칠한 상황..
-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이슈를 동시에 정리해 본 적도 처음이라..
- 주변 분들 도움 받아가면서 어찌어찌 해나가고 있으나, 언제 어디서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상태
- 물론,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많은 것을 배워고 있는 소중한 시기다.
- 같은 일이라도 시키는 일 받아서 하는 것과 내가 책임지고 일을 진행하는 것은 
   고민의 차이와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뼈속 깊이 깨닫고 있는 중
- 멀티태스킹 능력 = 집중력의 분산을 얼마나 적절하게 잘하느냐...몸으로 배우고 있다. 

2. 인사가 만사

- 주제 넘게도 살짝 구인과정에 관여하게 되다 보니 힘들면서도 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 일단 정말 사람뽑는 건 어렵다. 꼭 데려오고 싶은 사람은 여러 사정 때문에 어렵게 되기도 하고..
- 추천을 받았으나, 사실상 처음 보는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될지..
- 무척 잘 아는 친구 역시도 막상 조직속에서 같이 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까지 들게 되니..
- 구인에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Risk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게 고민이 많아진다
- 결국 정한 원칙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
-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솔직하게 밝히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원칙아래 행동중이다
- 재미있는 점은. 역시 사람이 관계된 일이다 보니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 다는 것
- 이성적으로 판단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래서 또 '사람의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 앞으로는 짧게라도 어떻게든 블로깅을 지속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겠다고 또 다시 결심만 한다. 쿨럭

by addict | 2009/08/30 16:54 | [Lifelog] 일상 | 트랙백 | 덧글(0)

[릴레이] 나의 독서론

릴레이 규칙

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를 써주시고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 참조

릴레이 참여자 목록

릴레이는 Inuit님이 시작하셔서

buckshot (http://read-lead.com/blog)

고무풍선기린님 (http://withthink.textcube.com/)과

류한석님 (http://www.peopleware.kr)

mahabaya님 (http://mahabanya.com/)

어찌할가님 (http://eozzi.textcube.com/)에서

byori님 (http://byori.textcube.com)에게 전달 된 후

모노피스 (http://photoeff.com)까지 전달되었고,

FROSTEYe (http://www.frosteye.net)에게 전달되어
nnow님 (http://nnow.textcube.com)에서

banho (http://musicalife.textcube.com)  를 거쳐
addict.(http://yooaddict.egloos.com) 에 와 있습니다.

Inuit님 블로그에서 릴레이 시작글을 봤을 때도 이 릴레이가 저에게까지 전달되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블로그 스피어에 아는 사람..이 없진 않으나, 정말 이 곳은 변방 of 변방의 한적한 곳이니까요. ^_^; 이제 곧 중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정말 친동생만큼이나 가깝게 느끼는 banho님이 댓글 달아 둔 것을 보고 깜딱 놀랐습니다. ㅎㅎ 이게 바로 네트웍의 힘이요, 또 재미인 것 같습니다. ^_^;

어쨌든 릴레이 이어 가겠습니다.
무척이나 개인적이면서도 긴 포스팅이니 본문과 릴레이를 좀 분리하겠습니다. 쿨럭

1. 독서란 [저자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내 문제를 푸는 시간]이다.

2. 앞선 릴레이 주자

   banho님
(http://musicalife.textcube.com/)

3. 제 릴레이를 받으실 분

   제가 아는 한 책을 가장 많이 읽으시는 분 중에 한분인 shadow-dancer님 (http://antilove.egloos.com/)
   저를 블로그 세계로 이끄신, 너무나 존경하는 선배인 파워블로거 good-hyun님 (http://goodhyun.com/)
  (그런데, 분명히 굿현님께는 릴레이 갔을 거 같은데 포스팅이 없어서..-_-;;)

제발 받아주세요..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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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블로그 스피어엔 거의 없어서..ㅎㅎ) 제 필명? 별명? 이 addict.인 것은 중독.이야 말로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이기에 그렇습니다. 지금 마나님과의 갈등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저의 각종 소장품들 (책, 만화, 게임, DVD, 음반, 기기....)은 바로 제 중독의 역사?를 나타내 주는 부산물들이죠.

그 중에서도 책에 대한 중독과 욕심이 가장 오래 된 것 같습니다. 만화책도 책으로 생각한다면, 저는 어린 시절 유치원을 못 간 대신 만화책 보면서 혼자 한글을 깨쳤으니..

책과 독서의 의미는 세대별로 조금씩 달랐던 것 같습니다. 

1-1. 저에게 10대의 책과 독서는 [신세계로 가는 티켓] 이었습니다.

10대에는 정말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20대의 저를 규정하는 키워드가 영화와 게임이었다면, VCR이 없던 10대의 저로서는 책만이 저에게는 신세계를 보여주는 친구였죠. 습관적으로 이야기 하는 '무협지 1000권 독파'도 10대때의 추억이죠. ㅎㅎ
(워낙 조악한 질의 책들이었기 때문에 분량은 중요하지 않습니다만..)

중 3때 했던 무협지 배급업 때문에 우연히라도 중학교 동창이라도 만나면 처음 묻는 말이 '야! 너 아직도 무협지 읽냐?'였을 정도였으니까요. (여기서 무협지 배급업이란 아이들에게 돈을 걷어서 동네 만화가게 3군데를 전전하며 신간을 대여해 와서는 제가 먼저 읽고 괜찮으면 친구들에게 돌리고 별로이면 다시 반납하던...쿨럭)

이런 무협문화에 대한 애정은 후에 30대까지 이어져 한동안 무협작가 지망생으로 지냈으니..
(덕분에 이 나이?되도록 커리어라는 걸 못 만들었습니다..ㅎㅎ)

10대때 처음으로 스승님의 책을 접했습니다. 어머니가 '교회' 도서관에서 선생님의 '철학강의'라는 책을 빌려다 주셨죠. 전반부가 별로 재미 없어서 다 읽지도 않고, 반납했던 기억이 나고...김우중씨의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책을 감명깊게 읽었던 모범생 addict.이었기에, 김우중-김용옥 공저..로 되어 있는 '대화'라는 책을 아무 생각없이 읽었습니다.
(고 1 여름방학 전이었던 걸로 기억나는 군요)

그 때의 신선한 충격이란...아 무협지가 아닌 글을 이렇게 재미있게 쓰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아는 게 많은 사람도 있구나...어린 마음에 그냥 동경이 생겨 버렸죠.

그래서 다시 '철학강의'를 읽고, '여자란 무엇인가'를 읽고,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읽고, '절차탁마대기만성'을 읽고..
대혼란에 빠져 들어 버립니다. ㅎㅎ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고 나가던, 커서 목사가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하던 착실한 모태신앙인에게는 너무나 커다란 시련인거죠. ^_^; 이 때부터 종교와 인생과 철학과 부모님에...대한 걱정과 고민이 시작됩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괴로웠는지, 겉으로는 착실하게 교회 생활을 했지만 (주일 새벽마다 영어성경공부반을..쿨럭) 주일에 교회 한번 갔다 오면, 머리가 너무 뜨겁고 아파서 어떻게든 식히지 않으면 죽어 버릴 것 같아 무조건 시립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책을 장르 불문 보통 7~8권..을 쌓아놓고 미친 듯이 읽었습니다. ㅎㅎ

그 때 하루끼, 조성기, 이문열, 유하 등등 많은 작가들을 만났지만 사실 어린 나이에 뭘 알았겠습니까. 어떻게 해서든 고통스러운 생각들을 떨쳐버리기 위해 닥치는대로 읽었을 뿐이니까요.

1-2. 20대의 책과 독서는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전진하지 않고선 죽을 수 밖에 없었던 등산]과도 같았습니다.

대학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던 10대였지만, 다행스레? 마음을 고쳐 먹고 열심히 고3생활을 하고 대학을 들어왔습니다. 엄청난 기대를 안고 입학한 학교지만,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연이 닿아 선생님께 직접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꿈만 같았고, 선생님 밑에서의 하루하루 늘어가는 깨달음에 몸둘바를 몰랐죠. 선생님께 인정도 많이 받았고, 주변 선배들에게도 칭찬도 많이 받으며, 각종 세미나 - 원전 강독회를 이끌면서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이 당시 저에게 충격을 줬던 책들은,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 정치 사상사 연구', 마르크스의 '자본론', 왈러스틴의 '근대세계체계론', 최한기의 '기학', '대학', '중용', '장자', '노자' 정도가 기억이 나네요.  (Inuit님께서 한동안 정약용에 대해 포스팅 하셨을 때, 옛날 생각이 좀 나더군요. 어릴 때의 저에게는 정약용은 '수정주의자'로 보였고, 최한기야 말로 진정한 '혁명가'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정약용을 상당히 폄하했었죠. 아마 지금 정약용을 본다면 좀 생각이 다를 것 같습니다만..)

그런데, 중간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결국 벌어질대로 벌어진 사상과 종교의 차이를 매우지 못하고, 자기 분열에 빠져 버리게 됩니다. 지식과 세계관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어릴 때부터 쌓아온 기독교적인 세계관과는 전혀 상극인 방향으로 발전한 게 문제였죠. 너무나 고통스러워져서, 결국 몸에 병이 생기고 투병 생활이 시작되고...이 때부터는 책을 전혀 읽지 못합니다. 책을 들면 한페이지를 못 읽고 밖으로 뛰쳐 나가곤 했죠. ㅎㅎ

아마 투병 기간동안 유일하게 완독한 책이 융과 제자들이 엮은 '꿈과 상징'일 겁니다. 보면서 많이 위로 받았습니다. 나만 미친건 아니구나. 그래도 좀 양호하게 미친 편이구나..와 같은? ㅎㅎ

몸도 낫게 된 계기는 여러가지에서 옵니다만 (IMF로 집안이 빚더미에 올랐다던가, 이 때 제대로 태극권을 시작했다던가, 윤원철 선생님 수업을 듣게 되었다던가..등등) 책으로 치면, 도올 선생님과 같이 강독 했던 '운급칠첨'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운급칠첨' 초반부에 나오는 창세신화를 읽고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었죠. 그전까진 동과 서를 다르게 봤었는데, 사실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여태까지의 정신적 고통은 무엇이었나 싶더군요. 

여기에 윤원철 선생님 수업이었던 '선과 종교수행'이라는 과목을 들으며 많은 게 치유가 되었습니다. 한참 열심히 읽던 김용호씨의 저작들 '와우', '몸으로 말한다'과 평생의 친우 남규군이 권해준 '종교 박람회'이 화학 반응을 읽으키며, 이 수업의 마지막 레포트를 쓸 때는 정말 온 몸이 떨리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 때 집 밖에 나가서 본 밤하늘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이 때 알게 된 것이 정말 '책 사랑의 끝은 책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본격적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아니 되어야 한다는 꿈도 이 때 정해진 거 같아요. 지금의 깨달음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느낌.
(김용호씨는 왜 더 이상 저작 활동 안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모르고 있는 것인지..암튼 '와우', '몸으로 말한다', '종교박람회'는 모두 절판이라, 제가 평생 같이 갈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분에게는 꼭 제본을 해서 선물해 드리곤 합니다)

사실 이 때 작성한 레포트는, 황송하게도 윤원철 선생님께서 '내가 강의하게 되면서 읽어 본 레포트 중에 최고'라는 평가와 더불어 학생들에게 나눠 주셨었는데 (저에겐 본인 저서 한권 선물 하셨던 걸로 기억), 정작 저는 그 파일이나 출력본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쉬운데, 아마 다시 보면 엄청나게 부끄러울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20대 막판에 생각을 정리하기로는, 다시 선생님 책으로 돌아와 '혜능과 세익스피어', '금강경 강해'를 통해 제 깨달음을 인증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구나. 크게 잘못된 방향은 아니었군. 뭐 이런 정도..ㅎㅎ

1-3. 30대의 독서는 [저자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내 문제를 푸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김용 선생님의 뒤를 잇는 세계적인 무협작가가 되겠다고 꼼지락대던 20대말-30대초가 지나고, 어느새 addict.도 지극히 평범한 대기업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지금 저를 당근과 채찍으로 양육하고 계시는 마나님께서, '죽어도 백수?와는 결혼할 수 없다'고 선언하셨기 때문이지요. 쿨럭

학부 전공이 경영학이었지만, 경영학에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전공 선택할 때 젤 널널하다고 해서 골랐기도 했지만, '경영학 원론' 첫 시간 부터 실망의 연속이었습니다. 제 평생의 넘어야 할 산으로 생각하고 있는 화이트 헤드 선생님을 '어느 유명하다고는 하는데 잘 모르겠는 철학자'로 소개 하시던 교수님을 보면서 말이죠. (화이트 헤드 선생님이 '비지니스 맨이 존중받는 사회가 훌륭한 사회이다..' 머 이런 비슷한 말씀하셨던 적이 있었는데, 전후 맥락 하나도 없이 그냥 교수님들이 많이 인용하시더군요)

차라리 슘페터의 원전을 읽을 지언정, 경영학 교재는 볼 생각이 없었고, 전공은 낙제 안 할 정도만 벼락치기에서 넘겼습니다. 전공학점은 D라도 별 상관없었고, 한상진 선생님의 '사회학 연구' 같은데서 A+ 받으면 만족해 하던게 대학 막바지 였으니..쿨럭

어쩌다가 지금은 전략과 기획을 말해야 하고, 컨셉을 만들어야 하며 비지니스 모델을 구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현재 회사에 입사한지 만으로 2년이 가까와 지고 있는데, 그동안 산 책은 대부분 경영 관련 책들입니다. 전략, 문제해결,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컨셉 빌딩, ideation 등등..

예전엔 철학과 역사에 비해 정말 가볍게만 느껴졌던 경영관련 이야기들이, 이젠 제가 풀어야 할 문제가 되다 보니 정말 재미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깊이에 대해선, 드러커 선생님 정도나 되어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어릴 때 무척이나 좋아하던 오마에 선생님은 지금 보니 좀 가벼우신 듯 하지만, 대부분의 책이 저에겐 의미가 있습니다.

10대때는 신세계의 경이로움이 중요했고, 20대때는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것이 필요했지만, 30대때 읽고 있는 경영관련 책들은 저에게 생각할 시간만 주면 그 효용을 다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보단, 제가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독서를 통해 가진다고 할까요? 아 이 분은 이런 문제를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구나. 지금 내가 풀어야 할 문제에 같은 방법론을 적용하면 어떤 그림이 나오지? 흠 지금 내 현실과는 좀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군. 차라리 나라면 이렇게 보겠어. 그룹장님이 하셨던 말씀 생각해 보면 이렇게 그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고...

어떤 책에선 정말 딱 제목 한 줄 건질 때도 있습니다. (ex. '기획서는 한줄' 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책 전체를 통틀어 딱 제목만 맘에 들었....) 그러나, 그 한 줄의 인연도 요샌 소중하더군요. ^_^

1-4. 40대의 독서는 [내 책을 읽는 즐거움과 부끄러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몸은 비록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작가의 꿈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좀 달라진게 있다면 장르죠. 정말 멋있는 무협작품 쓰고 싶은 생각, 여전합니다만, 정말 재미있는 '직장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그냥 하루 하루 웃고 울며 살아가는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소설 말이죠. 정말 직장 생활 하다보니 쓰고 싶은 소재가 무궁무진 합니다. 하루하루가 전쟁이요, 시간시간이 드라마입니다. 처음 작가가 되고 싶었던 꿈의 시작도 제가 느끼고 깨달은 것을 나누고 싶었던 것에서 출발했으니까요. 지금 제가 울고 웃는 모든 것, 잘 정리해서 남들과도 같이 울고 웃고 싶습니다. ^_^

그리고, 10년 열심히 직장생활해서, 소설 이외의 '직장인 가이드'도 쓰고 싶어요. 지금 제 주변엔 흔히 보기 힘든 'Best Practice'와 역시 또 흔하지 않은 'Worst Case'가 공존합니다. 흔치 않은 기회죠. ^_^ 지금 열심히 배운 거 과외하는 기분으로 후배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요. 탁상이론이 아니라 정말 현장의 생생한 언어로 말이죠.

아. Industry의 역사도 쓰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몸담고 있는 industry의 역사 말이죠. 지금은 정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성공할까요? 실패할까요? 어느 쪽이든 그 변화를 위해 몸바쳐 일한 사람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성공과 실패를 정리하고 싶어요. 메이저 플레이어들의 치열한 수싸움, 쓰러지는 산업군 big guy들의 반항..저 역시 같이 뛰고 있는 플레이어 중에 한명이지만, 5년 후 세상이 바뀌고 난 후 지나온 역사를 정리해 보면 굉장히 배울 게 많을 것 같습니다.

욕심이 좀 많아 보입니다. 그래도 꿈 꿀 수 있어서 행복하기도 합니다. ^_^;
저보다 더 바쁘지만 벌써 책을 3권째 준비 중이신 선배님도 계시니, 저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일단 블로깅 부터 좀...OTL)

그~! 래~! 서~! 이동 중에도 글을 쓸 수 있도록 X1 엑스페리아를 지르려고 눈팅중입니다????
(쿨럭 결론은 항상 지름..고고씽)

x도 안 걸린다는 오뉴월 감기 몸살로 고통 받는 와중에 삘 받아서 마구 써내려 왔는데, 이런 오픈된 장소에서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_^; 나중에 정신 차리고 나면 비공개로 돌릴지도...쿨럭. 독서론이 아니라, '책과 내인생'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by addict | 2009/06/14 20:01 | [Lifelog] 경험 | 트랙백(6) | 덧글(12)

세상엔 나쁜 놈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죽을 수가 없다.

내가 너무너무 존경하고 따르는 그룹장님이 술만 드시면 하시는 말씀이 있다.

'addict.아. 정말 세상에는 너무 나쁜 놈들이 많아서 말이다. 내가 죽을 수가 없다. 그 놈들 다 없애기 전에는 말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나쁜 놈'은 일반적인 의미라기 보다는 '회사안에서의 나쁜 놈'이라는 한정적인 의미다. 

회사안에서의 나쁜 놈이라고 하면 회사 생활하면서 흔히 보게 되는 'ass hole'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조금 더 넓은 의미다. 처음부터 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 정치적인 식견만 지나치게 발달된 사람들, 인격 자체가 말종인 사람들은 사실 금방 구분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나쁜 놈'들은 성격 좋은 사람일 때도 있으며,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일수도 있고, 심지어는 회사내에서 능력있기로 인정받는 사람들일 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똑똑한 듯 보이고, 맞는 말만 하며 학력과 경력 또한 훌룡하기 때문에,  같이 일을 해보기 전에는 그 진가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이런 나쁜 사람이 기획 혹은 전략 쪽에 있으면, (사실 기획/전략 쪽에 이런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R&D나 생산에서는 이런 나쁜 놈들은 발붙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엔지니어 시절엔 나쁜 놈이 아니었지만, 기획으로 넘어오면서 나쁜 놈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 뒤를 따라가야 하는 실무진들은 정말 '개노가다'로 점철된 시간을 보내다가 아무런 아웃풋없이 허무한 가슴 움켜지고 소주 한잔 털어넣게 된다.

그래서, 언젠가 박C가 R&D에 있을 때 이런 말을 나에게 한 적이 있다.

'진짜 엔지니어 연봉 2배, 3배 줘도 좋으니까 상품기획하는 얘들은 정말 똑똑한 얘들 좀 뽑았으면 좋겠어. 걔가 한번 삽질하면, 그 뒤에 수십명이 눈물로 같이 삽을 퍼야 하는데, 그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연봉 몇 배 더 주는게 덜 손해보는 길이라니까.'

어제 사업부에서 있었던 워크샵에서, 나쁜 의도가 없는 나쁜 놈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전략을 발표할 때는 무슨 소리인가 싶어 의아했고, 파트너쉽 진행 현황을 이야기 할 때는 김부장님과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눈만 껌뻑 거렸으며, 후에 R&D측에서, 야근/특근에 누렇게 뜬 얼굴로 나와 개발 진행의 이슈들을 이야기 할 때는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어쩌면, 진정한 책임은 당사자보다는, 제대로 된 Business planning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 단지 회사 오래 다녔고 관련 분야를 좀 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비지니스를 떡하니 맡긴 회사가 져야 할 것이다. 당사자는 본인의 역량껏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쁜 건 나쁜 거다. 

어제는 얼마나 속이 터지고, 마음이 답답하던지, 사업부에서 서울로 올라왔을때가 11시가 넘었을 시간이었고 피곤하면 퇴근해도 좋다는 지시를 받은 상황이었지만. 김부장님과 팀 워크샵 회식 자리에 갔다. 너무나도 그룹장님이 보고 싶었고, 이 나쁜 놈들에 대해 이야기 하며 울분을 토하고 싶었다. 우리가 노래방에 도착했을 때 그룹장님은 나를 꼭 안아 주셨다. 

'addict. 오늘 고생 많았다.'
'정말 세상엔 너무 나쁜 놈들이 많던데요.'
'그래, 맞어. 그러니 우리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그런 놈들을 물리쳐야 한다고.'
 
내가 회사 들어와서 알게 된 나쁜 사람들을 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제대로 된 리더 밑에서 일을 해보지 못했고, 독고다이 형태로 자기가 알아서 일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내가 지금 그룹장님 밑으로 옮겨 오지 못했다면, 나 역시 '착한 얼굴의 나쁜 놈'이 될 확률이 높은 종자였다. 지금에 와서 작년을 돌이켜 보면 섬뜩섬뜩하다.

어제는 흥분과 울분으로 범벅이었지만, 하루 지난 지금은 분노와 적개심 보다는, 오히려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그들을 비판하기는 너무 쉽다. 하지만, 나는 정말 나쁜 놈이 아닌가? 나의 전략과 기획은 내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미 없는 눈물을 강요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정말 그런가?

정말 그렇지 않은 내가 되길 원한다.

by addict | 2009/06/06 22:07 | [Biz] Lesson Learned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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